끼익- 쾅쾅 쾅••• 지잉~ 삐--

2032년 9월, 수능을 두 달 남기고 있는 나는 소음만 가득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현 세상을 '소음 콘텐츠 세상'으로 일컫고 있다. 집집마다 고유한 소음을 끊임없이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다. 특히 옆집은 시대를 잘 만난 것 같을 정도다. 매일 어쩜 저렇게 신박한 소음을 낼 수 있는지..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옆집의 소음 콘텐츠는 경의로울 정도다.

물가가 너무 올랐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시멘트나 콘크리트도 너무 비싸져 집을 지을 수 없게 되자 그 당시 비정상적으로 늘었던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한 건축자재가 불티나게 쓰였었다. 당시엔 쓰레기를 절감해 환경에 큰 기여도 하며 값싸게 집을 지을 수 있게 되었지만, 플라스틱은 아쉽게도 소리까지는 막아내지 못했다. 결국 아파트는 소리가 경계 없이 넘나드는, 프라이버시가 사라진 주거공간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의 일상은 모두의 소음과 함께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아침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기도 하고 유익한 정보 소음을 같이 공유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음 콘텐츠에 사용되는 소리는 너무나도 다양해졌다. 타이밍 별로 정기적으로 나오는 소음 콘텐츠도 있다. 매너 있는 아파트 단지는 규칙적으로 고급스러운 소음을 내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곳은 극소수일 뿐이고.. 대다수의 아파트 단지의 집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소리를 공개해 신박한 소음들도 이내 불협 소음이 되어버리곤 한다. 요즘은 각 집의 소음을 채널화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집집마다의 고유 주파수를 분석해 오래전 유행했던 유튜브 페이지처럼 사람들이 골라 들을 수 있게 말이다. 정말 신기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