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소음으로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겐 더 큰 소음으로 되갚아주는 게 답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소음을 잡아내서 없애면 그걸로 충분하죠. 없앤 걸 왜 다시 뿌려서 복수를 합니까? 서로 배려하면 되는 문제 아닙니까?”
“배려하면 달라지는 게 뭡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남들이 고통스러운 만큼 자기도 느껴봐야 변하는 겁니다.”
“분노나 강제에 의해서 행해지는 변화는 일시적일 뿐입니다. 그리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래 의미는 똑같이 복수하라는 게 아닙니다. 복수와 보복을 반복하는 고대의 분위기에서 복수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식입니다. 잘못한 것 이상으로 처벌하지 말고, 적당하고 정당하게 하라는 것이죠. 그냥 소음을 없애기만 하면 됩니다. ”
“논점 흐리지 마세요!”
소음대책위원회는 대책이 없었다. 그들은 또 다른 소음을 생산해내고 있을 따름이었다. 방음이 잘 되는 자재라든지, 이에 따른 비용이 집값에 줄 영향이라든지, 한 지역에 과열된 인구를 분산하자든지… 위원회가 결성되고, 처음 며칠간 이루어지던 그나마 그럴 법한 논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결론도 짓지 못한 채로 침전했다. 그것들이 침전하는 동안 떠오른 ‘대책’들은 표면 위로 올라온 만큼 표면적이었다. 그러니까, 피상적이라는 소리다.
[솜. 알림이 왔습니다. 확인할까요? 발신인은 소음대책위원회입니다. 소음 수집 및 삭제를 의뢰드립니다, 라는 내용이에요.]
“고마워, 뮤트, 확인해 줘. 그리고 앞으로 두 시간 동안은 방해 금지 모드 설정해 줘. 라이브 토론은 꺼 주고.”
[알겠어요. 2시 25분까지 방해 금지 모드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들의 피상적인 논의가 내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소음 수집 산업은 소음이 콘텐츠가 되던 시점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소리를 복제해 재생산하는 기술은 물론 세상에서 없애는 기술까지 생겼다. 소음 삭제 기술은 소음 수집에 기반을 두고 발전한 기술로, 일차적으로 소음을 수집한 후에 삭제 처리를 할 수 있다. 수집한 소음을 다른 곳에 방출할 수도 있다. 일명 소음 픽업,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소음 피커라 한다. 나도 그중 하나다.
소리를 내고 만드는 일이 그렇게나 반감을 살 수 있다면 차라리. 그 마음으로 소음 픽업을 배웠다. 내가 맡은 첫 업무는 옆집의 소음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의뢰자는 나였다.
저희가 의뢰하는 곳의 소음을 수집해주십시오. 수집은 기본으로 진행하고, 삭제나 방출에 관해서는 추후에 논의드리겠습니다. … 추후에 논의 드리겠습니다? 장난하나. 패키지는 선금인데.
소음대책위원회의 한 쪽은 위원장을 필두로 소음 삭제만을 원했다. 부위원장을 앞세운 쪽은 수집한 소음을 그 진원지에 다시 방출하기를 원했다. 의견이 맞아떨어진 딱 하나의 지점은 ‘소음 피커에게 의뢰하기’까지였다. 그 이후는 맞아떨어지지 않아 나는 손가락 빨며 추후의 논의를 기다리게 생겼다.
방출이든, 삭제든, 패키지는 선금인 줄 압니다. 아시다시피 내부적인 조율이 어려워 금액적인 부분에서는 최고가에 맞추어 계약하겠습니다.
아이참, 난 또 그런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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