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혀있는 우대 사항이 어쩐지 식당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시급이었다. 전혀 고급 레스토랑의 구인 전단 같지 않은 안내문을 다시 한번 정독한 지영은 곧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는 겉보기와 달리 한낮임에도 어두웠다. 내부는 한산했고, 아직 영업시간이 아닌 듯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탐색하던 와중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주방에서 나왔다. 사내는 40대 후반으로 보였으나 정장을 갖춰 입고 중후한 외양를 가지고 있어 보통의 흔한 아저씨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격식 있는 차림과 어울리는 왁스로 한껏 올린 포마드 스타일의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직 영업시간이 아닌가 보네요.”
“저희 영업시간은 5시부터 11시까지입니다.”
그 말을 듣고 지영이 시계를 살피니 아직 시침은 3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들어왔는데요.”
“… 아르바이트 공고요? 잠시만요.”
지영이 시계에 고정했던 시선을 들어 지배인을 바라보자 지배인은 어쩐지 당황한 눈치로 허둥대며 가게 밖으로 나갔다. 이내 가게 밖에 있던 조잡한 구인 공고를 뜯어온 지배인이 연신 한숨을 내쉬며 안으로 복귀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팀 중 누군가가 장난으로 구인 공고를 만들어서 가게 밖에 걸어 놓은 것 같네요. ”
“구인은 진행하지 않고 계신 건가요?”
“아니요. 구인은 진행하고 있긴 한데….”
“그럼 지원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외부인이 일하시기엔 업무가 많이 고될 것 같습니다.”
지배인은 난처한 낯으로 지영에게 연신 사죄를 건넸다. 아르바이트 지원자 한 명 거절하는데 뭐 그렇게까지 정중할 필요가 있나 싶어, 되려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 주방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지영의 발목을 붙잡았다.
“면접 보지 그래?”
“포크!”
목소리의 주인이 주방에서 나왔다. 진한 다크 서클에 대충 묶은 고수머리를 한 조리복을 입은 남성이었다. 젊은 셰프로 보이는 외관의 인물이었는데, 지배인이 포크라고 부른 것을 보면 그들은 각자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단순 업무를 하고 싶어 하는 내부자도 없고, 그렇다고 미성년자는 채용할 수 없으니 차라리 일반인이 낫지 않겠어?”
“그렇지만….”
“한 번 봐 봐. 그 조잡한 공고를 읽고 들어온 유일한 지원자인데.”
지배인의 곁으로 다가온 포크가 그가 들고 있던 공고를 뺐더니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턱을 매만졌다. 지배인은 음침하게 웃는 그를 보더니 고개를 몇 번 저어 내리고 신속히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했다.
“그럼 포크가 책임지도록 하세요. 저는 모릅니다.”
지배인은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포크와 지영의 사이에 어색한 적막이 맴돌았다. 잠시간의 정적을 먼저 깬 것은 포크였다.
“앉아. 바로 면접부터 보지.”
지영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의자를 밀어내고 테이블과 의자 사이의 비좁은 틈에 몸을 끼어 넣었다. 포크가 맞은편 의자를 대충 꺼내 의자 옆쪽으로 걸터앉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다리를 꼬는 모습이 지배인과 대조되게 불량해 보여 한 순간에 레스토랑이 싸구려로 보이는 착각에 시달렸다. 지영은 왠지 쉽사리 말을 걸지 못하겠는 포크의 분위기에 엉뚱한 테이블만 응시하고 있었다.
“이름.”
“서지영입니다.”
“생년월일.”
“96년 2월 29일생이에요.”
“거주지는?”
“여기서 30분 거리입니다.”
“신체 건강하고, 맑은 정신을 가지고 있고, 청소는 자신 있나?”
“네…. 저 작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아무런 이상 없었고, 정신도 이 정도면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청소도 맡겨만 주신다면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포크는 조리복 주머니에 넣어져 있던 수첩과 펜을 꺼내 지영의 인적 사항을 몇 가지 적어내려 갔다. 그리고 의미없이 몇 번 펜을 딸칵거리고는 주머니에 꽂았다.
“아, 질문이 잘못됐네.”
“….”
“청소는 됐고, 시체 잘 봐요?”
“… 시체요?”
“뭐, 동물이든 사람이든. 아무래도 레스토랑이다 보니 재료 손질을 해야 해서 그런 쪽에 거부감이 없을수록 좋거든.”
“손질은 못하지만, 보는 것은 잘합니다. 그다지 거부감은 없어서요.”
“그래요?”
포크는 잠시 고민하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뭐, 딱 봐도 보는 건 잘할 것 같네.”
“…….”
“그럼, 마지막으로.”
“…….”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나?”
“… 없습니다.”
포크는 꺼내져 있던 수첩도 마저 주머니 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흐트러진 조리복을 정갈히 했다.
“합격이에요. 언제부터 출근 가능합니까?”
“하는 일이 없어서…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그럼 내일 3시까지 나와요. 번호 알려주고.”
포크가 휴대폰을 꺼내 지영의 앞에 내밀었다. 지영은 서둘러 번호를 적고 가게를 나섰다. 지배인과 달리 초면에 반말부터 하는 이상한 사람에 면접은 제대로 된 질문 하나 없는 호구 조사였지만, 그럼에도 합격했다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한동안 돈 걱정은 없겠다 싶어 한시름 놓은 지영은 키친을 떠나 다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게에 남은 포크는 흥미롭다는 듯 수첩 속 내용을 몇 번 읽다가 문득 책상에 올려져 있는 전단지를 내려다보았다. 포크가 수첩을 주머니에 꽂고 전단지를 두 갈래로 찢어 내리자 전단지는 그곳에 존재했다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게 보였단 말이지.”
포크가 흥미롭다며 크게 웃어대자 지배인, 나이프는 못 말리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타올로 접시를 닦는데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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