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씨의 집은 깨끗했다. 그는 하루의 상당한 시간을 집의 청결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보일러실까지 방 청소하듯 열과 성을 다해 청소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진 씨의 취미는 청소와 폐기. 그는 집 안에 있는 많은 물건을 닦고 종래에는 버렸으며, 구석구석을 닦고 또 쓸었다.
한참 청소에 열을 올리던 진 씨는 한동안 잘 쓰다가 잠깐 쓸모를 잃은 책상을 참지 못하고 당근으로 처분한 참이었다. 이전부터 당근 거래를 할 때마다 같은 건물의 사람과 거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었다. 김 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막상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되니 팔만 아플 뿐이었다…, 라고 생각하는 진 씨였다.
집 안에서 먼지다듬이를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하긴, 벌레의 발견이 우연이 아닌 경우는 별로 없겠지. 그날도 진 씨는 청소 중이었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그 문 주변을 닦다가 보니 걸레받이 주위로 점 같은 것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진 씨는 자기 눈이 뭔가 잘못되었나 싶어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그건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뭐…뭐야? 난생처음 보는 것이었다. 좁쌀만 하지도 콩알만 하지도 않았다. ‘집에 작은 벌레’라는 검색어를 이리저리 변형해서 검색해 보다가 그게 ‘먼지다듬이’라는 벌레라는 걸 알았다. 인터넷 이미지로 본 먼지다듬이는 눈으로 목격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아마 인터넷에서는 확대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본 그건 정말 먼지 같았다. 볼펜으로 찍어놓은 자국 같았다. 그것들은 손에 닿자마자 마치 없었던 것처럼 바스러졌다. 버릴 수 있는 사체가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검색 후 진 씨는 먼지다듬이에 대해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청소가 영향을 주긴 하지만 신축 건물이라면 목재 때문에 나올 확률이 크다는 것. 완전 박멸이 힘들다는 것. 성가셔서 그렇지 빈대 수준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 먼지다듬이와의 공생, 도대체 어떻게 해내야 하는 것일까. 새로운 미션을 맡게 된 것만 같았다.
“제기하실 안건이 있으시다고요?”
“네. 먼지다듬이요.”
“먼지다듬이?”
입주민 회의에 찾아간 진 씨가 주영 씨에게 영상을 들이밀었다. 걸레받이 주변으로 움직이는 먼지다듬이의 행렬이었다. 물음표로 가득 차 있던 주영 씨의 얼굴에 뭔가를 깨달은 듯한 눈빛이 번뜩였다. 몇 달 전 여름이 한창일 때 자기도 집에서 봤었던 벌레였던 것이다. 주영 씨 집의 경우엔 벌레들이 우르르 몰려있지 않고 한 두 마리씩 발견되어 그는 으레 여름에 드나드는 날벌레 종류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이런 벌레란 말인가? 그것도 신축 건물에서 나오는 거라고?
“아무래도 말씀하신 대로 입주민분들께 대대적으로 공지해서 사례를 수집하는 게 좋겠어요. 건물 차원의 문제라면 공론화해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게 맞는 것 같네요”
901호의 훈증 방역 공지가 엘리베이터에 붙은 것도 그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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