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돈도 없고 지식도 없고 뭣도 없는 중학교 동창 여자 세 명이 있다. 쿠팡 계약직으로 1년 버티고, 현재는 실업 급여를 받으며 구직 중인 신화. 20살 이후로 트위터 지박령이 되었지만 치킨집 직원 3개월, 카페 알바 3개월 등 알바 끈은 긴 우정. 이 중 유일한 대학생이자 부모님이 어렸을 적부터 들어준 적금으로 인해 모아둔 돈만 있는 우주.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들이 자취를 다짐했던 3개월 전, 영종도의 어느 카페에서 시작된다.
“우리 엄마가 자취 허락해줌.”
부모님의 극성으로 인해 자취는커녕 기숙사도 편히 들어가지 못하는 우주가 선언했다.
“그럼 우리 같이 자취할래?”
3년간의 무료한 집 생활을 청산하고 탈출을 꿈꾸는 우정이 악마의 속삭임을 시전했다.
“난 좋아!”
그냥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신화가 동조했다. 그렇게 여자 세 명은 각기 다른 꿈을 가지며 자취에 대한 꿈을 꾸고 망상을 펼치기 시작하는데.
“월세를 내기는 부담스러우니까, 전세 쓰리룸으로 알아보고, 신화가 청년 버팀목 대출로 대출 받으면 내가 모아둔 적금 천만 원 보태서 이걸로 자취하면 좋겠다.”
“그럼 이자랑 관리비만 우리가 엔빵해서 신화한테 보내주고.”
“오, 버팀목 전세 자금에 90%까지 지원되니까 우주 천면 원 있으면 1억 정도까지 가능하네.”
이렇게 여자 셋은 무대책 자취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고 모르는 무지한 상태에서 세운 계획은 무용지물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제법 그 계획이 그럴듯 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우주가 종강한 이후 6월부터 집을 구해보자며 결론을 지은 그들은 이야기를 소등했다.
곧 우주가 개강을 하며, 이야기는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우주가 개강한 이후, 우정이 갑작스레 제주살이를 하게 되었다. 엄마랑 강아지와 함께하는 제주살이가 3개월에서 1년으로 길어지게 되자 우정은 대뜸 자취를 못하게 될 것 같다며 사죄했다. 신화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우주는 바쁜 통확 생활을 이어가며 그들의 자취 이야기는 완전히 사그러드는 듯 싶었다. 그런데 사건은 제주도에서 연세를 살지 못하게 되어 인천으로 돌아온 우정에서부터 다시 발화된다.
“나 연세 못 살아.”
“왜?”
“전에 살던 집, 집주인이 자꾸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꾸는 거야. 그래서 캠핑카 사서 같이 다니려고 했는데 불편할 것 같아서 그냥 너네랑 자취하게.”
“아 그래? 그럼 이제 집 알아봐야 하나?”
이런 이유로 세 명의 방 구하기 리턴즈가 갑작스럽게 개막한 것이다. 우리의 패인은 두 가지이다. 우선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고 빠르게 방을 구하기에만 연연했다는 것. 그리고 급한 마음에 신중하지 못했자는 점.
앱을 이용해 집을 알아보던 우정은 쓰리룸 집이 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음이 급해졌다. 심지어 전세 사기에 대한 이슈가 판치기 시작하여 그들은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전세의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빠른 연락과 거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그녀들은 자취에 대한 이야기를 재개한지 3일만에 부동산을 돌아다니게 되고 쓰리룸 월세가 그들이 가진 돈으로는 터무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부동산을 돌아다니던 그들은 부동산 공부나 더 하고 오라는 공인중개사의 말에 K.O 패를 당하게 된 것이다.
사회 초년생이 부모님의 도움없이 집을 구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들이 원하는 조건은 까다로웠고, 우리는 자금도 없었다. 우정의 엄마가 알려준 간략한 부동산 거래법으로는 노련한 공인중개사를 당해낼 수 없었고 결국 힘만 뺀 우리는 자취의 꿈은 당분간 살포시 접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방 구하기 잔혹사"의 전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