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를 잊고 살 때도 있다.
우선순위는 길 때도, 한없이 짧을 때도 있다.
한 치 앞도 못 보기도 하고 한없이 넓게 드리워지기도 한다.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남들에게는 아주 사소한 것이
나의 우선순위를 크게 결정하기도 한다.
드디어 다가왔다. 호텔 살이 한 달의 끝. 일이 생각보다 더 바빴다. 제대로 집을 구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희미해져 갔다. 동료들과는 온통 집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호텔로 돌아가는 택시에서도 기사분과 집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기준이 달랐고 서로가 마주하는 우선순위가 달랐다.
새로운 도시에 온 나의 우선순위가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막연히 자연이 그리웠다. 구글맵을 켜고 숲이 울창한 동네를 손가락으로 집었다가 펼치면서 빠르게 지하철 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 약 10초 내외에도 나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부동산 앱에서 예산을 고정했다. 한없이 회사와 먼, 허허벌판인 곳으로 수많은 점이 찍혔다. 마음에 드는 예쁜 집들이 나온다. 주변에 쇼핑몰과 슈퍼마켓을 열심히 찾는다. 두루뭉술한 내 마음속 우선순위는 아무런 결정을 못 내렸다.
너무나도 피곤했다. 업무 중 자리 넘어 우뚝 솟아 있는 집이 보였다.
완벽해 보였다. 2분 거리에 있는 예쁜 집을 두고 시간을 허비한 것이었다.
복도에서 하염없이 집주인을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집을 볼 수 있었다.
“방 깔끔하죠?”
부엌엔 경계심을 가득 담은 눈빛을 한 친구가 요리하고 있었다.
“부엌도 이만하면 깨끗한 편이에요. 냉장고 두 칸 쓰면 되고요. 다른 비용 낼 필요 없이 지내면 됩니다"
내가 본 방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우크라이나 친구가, 왼쪽에는 러시아 친구가 살고 있다는 신기한 방을 보면서 한참 생각에 빠졌다.
예산은 맞지만, 회사에선 가까워서 좋을 것 같지만, 청결하지 못한 화장실이 계속 마음에 걸리지만, 뷰는 너무 완벽하지만, 수영장이 있지만 —.
나의 우선순위가 마침내 고장 나 버렸다.
선뜻 결정 못 하게 하는 내 마음속 우선순위가 밉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내 마음속 우선순위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