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어린 시절 집 지키기 어떠셨어요?
“엄마~ 잠시 나갔다 올게. 잠깐 집 지키고 있어.”
이불 속에 머리를 파묻었다. 방이 갑자기 더 어두워졌다.
냉장고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바람이 더 강하게 창문을 내리친다.
'시작됐다.'
엄마가 나가면 우리 집의 모든 물건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평소엔 물 한 방울도 새지 않는 수도꼭지에서 똑똑 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냉장고는 평소보다 더 큰 소리로 지잉거리며 기지개를 켠다.
빵을 감싼 봉지들은 서로 부대끼며 바스락거린다.
너무 무서웠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쿨쿨 잠들어 버리고 싶었다. 심장이 콩닥콩닥하는 탓에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불을 켜면 조금 나아질 것 같은데, 온 방에 불을 켜러 가는 과정은 순조롭지 않다. 큰마음을 먹어야 이불 속을 나갈 수 있고, 거실까지 걸어가 스위치에 손을 뻗을 수 있다.
한참을 고민하는 사이 배가 고파졌다.
' 나가봐야겠어!'
평소보다 바닥이 두배는 차갑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스위치에 손을 뻗는 순간 괴물이 내 손을 덥석 잡으면 어쩌지?
온갖 생각이 가득한 채로 힘겹게 불을 켜기 시작했다.
한결 밝아졌다.
나를 삼키던 무서운 소리가 너 겁먹었구나? 하고 말을 건네는 듯했다.
괜히 억울했다. 너희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집이 밝아져도 소리는 컸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뭐 먹어?"
"식탁 위에 빵 있어. 냉장고에 우유 컵에 따라서 잘 챙겨 먹을 수 있지?
엄마가 맛있는 거 사 갈게. 기다리고 있어 봐~"
"응 엄마."
배가 차는 동안 무서운 소리는 조금씩 익숙해졌다.
다들 이것저것 스스로 챙겨 먹는 내가 신기한 듯 보고 있는 듯했다.
"흥 너넨 먹고 싶어도 못 먹지??"
기세등등해지는 걸 느꼈다.
소파에도 누웠다가 방에서 퍼즐을 맞추기도 했다.
엄마가 외출한 낯선 방은 어느새 나의 세계가 되고 말았다.
삐뚤빼뚤하게 있는 물건들을 내가 좋아하는 모습대로 정리했다.
뿌옇게 되어있는 거울을 휴지로 반짝거리게 닦았다.
뭐든 내 맘대로 바꿀 수 있었다.
띠띠디디디디 디리릭~
'엄마다!'
엄마가 양손 맛있는 거 가득 든 채 돌아오셨다.
바스락거리던 식탁 위의 쿠키가 시간이 멈춘 것처럼 가만히 서서 웃고 있다.
.
.
.
출근길에 집어 든 쿠키가 무심하게, 무참하게 입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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