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에는 귀신이 살고 있대.”
아이가 음침하게 중얼거렸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아이의 말을 경청했다. 아이는 겁먹은 나를 보며 잠시 뿌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가 그곳이라고 부르는 집은 사람의 흔적이 없어진 지 꽤 오래 지난 곳이었다. 몇 년 전에는 흰색 난간과 예쁜 수목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이층주택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사람의 흔적이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 여름에 비가 오고 난 후에는, 난간에 넝쿨까지 자라기 시작하여 외관이 더욱 제법 지저분해졌다. 헤진 페인트와 관리 안 된 풀들이 너저분해진 집은 이제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풍기기 시작해 비 오는 날 지나가면 약간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아이의 요지는 그 집 지하에서 며칠 전부터 기묘한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우리 그 집에 가서 귀신의 정체를 보고 와 볼까?”
나는 기겁하며 도리질 쳤지만, 아이는 이미 그 집으로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막무가내로 나가는 아이를 따라나섰다. 아이가 이층주택에 도착하자, 잠금 잠치가 되어 있지 않은 대문이 순순하게 열렸다. 나는 아이의 뒤에 붙어 따랐다. 아이가 신이 나 주택을 둘러보다가, 어딘가 수상쩍어 보이는 지하 방을 발견했다.
“여기다!”
아이가 지하 방의 문을 열었다. 그때는 아이도 긴장했는지, 한참 재잘거리던 말까지 멈췄다. 문이 열리고 계단이 보였다. 아이가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갔다.
“같이 가!”
내가 아이를 따라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가자 보인 것은 커다란 기계였다. 조잡하고 커다란 기계. 공구는 바닥에 마구 어질러져 있었고 웅장하게 방의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미지의 기계가 견고하게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건 누가 만든 것일까. 내가 궁금해서 기계에 손을 대려던 참이었다.
“요놈들!”
괴팍한 할머니가 아이를 타박했고, 나와 아이는 혼비백산하여 빠르게 도망쳤다. 뒤를 살짝 돌아보니 할머니가 보호안경을 쓰고 달려가는 우리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와 나는 멀리멀리 달려 나갔다. 인상 깊었던 기계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층주택 아래에는 타임머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