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가 이틀 남았다. 이렇게 급한데 하필이면 추석 연휴라니. 기차표를 구할 수 없었다. 급한 대로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하필 남자 친구가 나와 비슷한 이유로 그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당장 집을 구하지 못하면 방법이 없었다.
코레일 앱 새로고침 무한반복. 자리가 있다고 해서 눌러보면 좌석이 없다는 알림이 떴다. 그걸 몇 번이나 반복하는 동안 챙겨야 할 짐과 신체검사 서류를 위해 신청해 놓은 건강검진 일정을 떠올렸다. 침이 바짝 마르고 손가락이 떨렸다.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엄마와 나는 가까스로 기차에 올랐다. 부동산 중개 앱에서 회사를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집 두 개를 골랐다. 사실 고른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조건에 맞는 방이 둘뿐이었다고 말해도 좋다. 연락을 받고 나온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었다.
5층에 엘리베이터는 없지만 베란다가 있는 집과 1층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반지하인 곳. 벌써 하루가 가고 있었다.
엄마, 나 시간이 없어서 계약금을 걸지 말고 그냥 바로 계약서를 써야 할 거 같아. 보증금 천만 원이래.
난 빨래가 중요하니까,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결정의 이유는 그뿐이었다. 방을 보고, 결정하고, 계약서를 썼고, 천만 원을 입금했다. 하루 만에, 그것도 몇 시간 만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주변 슈퍼에서 청소용품을 샀다. 그제서야 집과 골목을 잇는 가파른 언덕이 체감되었다. 이어 다섯 층의 계단을 오르자 비로소 나의 자취방이 나타났다.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사십만 원으로 체결된 계약이 몸으로 느껴진 순간이었다.
오르는 데 쓰인 다리 근육은 곧장 청소하는 데 투입되었다. 간단한 청소를 끝내고 엄마와 나는 텅 빈 방 한가운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엄마 나 이제 여기서 혼자 살아야 되는 거야? 혼자 어떻게 살지?
어쩔 수 없지. 밥 뭐 해먹고 살래?
거의 사 먹을 거 같은데?
그때는 몰랐다. 이 집이 이렇게 추울 수 있다는 것과 이렇게나 더울 수 있다는걸.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 누울 곳이 필요했다. 지금처럼.
내려가는 기차에 서서, 엄마는 창밖으로 한강을 봤다. 그건 엄마의 생애 최초의 서울 여행이었다.
엄마, 여기가 한강이야.
진아, 엄마 한강 처음 본다.
고민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더라면…….
집이 달라졌을 것 같진 않지만 어떤 것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