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마감. 학교 홈페이지 팝업 창에 큰 글씨로 박혀 있는 공지였다.
엄마가 기숙사에 대해서 재차 물어왔지만 재차 무시해왔다.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거긴 내가 가려고 했던 학교도 아니고, 내가 다닐 거라고 생각했던 학교도 아니다. 심지어 있는 줄도 몰랐다.
수능과 입시의 결과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나를 준비시켰다. 원하지 않았고 존재도 몰라서 예측할 수도 없고 예측하지도 못했던 곳에 떠밀려 가는 기분은 처참했다. 당장 한 달 뒤면 그 지역 어딘가가 내 집이 되고, 내 침실이 되며, 그곳의 생활이 내 삶의 일부가 된다니.
가족들은 편하게 기숙사에 들어가길 바랐지만, 현실이 싫어서 확인을 미루고 미루다 이 사달이 났다. 결국 자취방을 구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타라, 집 보러 가야지.”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엄마가 까주는 귤을 먹으며 거기에 도착했다. 미리 연락해 놓은 부동산에서 몇 개의 집을 보여주었다. 보증금보다 월세 명목의 액수가 더 컸다. 당시에는 뭔가 싶었다. 왜 월세라면서 한꺼번에 받는다는 거지?
알고 보니 그건 ‘깔세'라는 거였다. 학기 중엔 살고 방학 때는 공실이 되는, 대학가 같은 곳에서 몇 달 치 월세를 한꺼번에 선납하는 방식이다. 1년 치의 임대료를 한 번에 내는 ‘연세’와 비슷하다.
보증금은 10만 원이지만 낸 돈은 500만 원 남짓. 그게 깔세라는 이름의 임대료였다.
“관리비는 별도예요. 알지?”
그곳에 살게 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주인 부부로부터 관리비 고지를 받았다.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 그리고 엘리베이터 관리비가 있었다.
“어! 어르신, 관리비 고지 받았는데요. 혹시 엘리베이터 관리비는 어떤 거예요?”
위층에 사는 주인 할아버지를 마주쳐 묻다가, 불현듯 떠올랐다. 방을 보던 날, 주인 할아버지는 이 건물이 새로 지은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있다며 홍보했다. 그리고 1층은 지대가 높아서 1층이 아니라 2층 정도라고 말했다.
내 방은 1층이었다. 집주인 말마따나 2층 수준의 지대에 있을지언정, 1층. 엘리베이터 내부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몰랐다.
“아, 그거, 엘리베이터 때문에 나오는 관리비여. 학생도 이 건물에 사니까 공동으로 내는 거지.”
아마도 그건 그들이 말하는 '2층 같은 1층'의 값이었다. 위층에 사는 남자친구라도 만들어야 하나….
그해 봄은 유독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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