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아저씨의 목소리가 온 아파트에 울려 퍼지고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 늦잠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희미하게 들리던 익숙한 소리가 꿈이 아닌 현실임을 깨달으며 온몸의 감각에 시동이 걸려버리고 말았다.
제발.. 오늘만은 제발...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타이밍이 경비 아저씨가 마치 내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정도다. 오늘 아침뿐이 아니다. 경비 아저씨는 정말 신기하게도 집중이 시작하려는 때, 온전한 휴식을 취하려는 때에만 맞춰 마이크 테스트를 시작하셨다. 잠깐 단수가 될 예정이라고. 경비 아저씨가 여는 토요일 아침의 서막. 내용도 타이밍도 매우 감미롭다.
에잇 씻어야 하네.
이내 수건을 들고 황급히 샤워를 마친 나의 토요일 아침이 반강제적으로 시작되었다.
***
삑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삑
딩.동.댕..동!
***
아침부터 악역이 되겠구먼.
새벽 여섯 시면 정확히 눈이 떠지는 나의 하루. 단지를 한 바퀴 걸으며 몸의 리듬을 깨운다. 날씨가 추워졌다. 이 좁은 곳에서 선풍기와 씨름하던 여름이 무색해지는 선선한 가을이 오더니, 서운할 만큼 서늘한 겨울이 금방 오는 듯하다. 겨울을 맞이할 무렵이면 마음이 특히 바빠진다.
오늘은 나무 조명을 설치해야겠어.
조명을 가지러 창고에 잠깐 다녀오기가 무섭게,
사무실 앞에는 계획에 없던 트럭이 무심히 서있었다.
오늘 오전에 겨울철 대비 수도관 점검 들어갈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오늘은 점검날이 아닌데? 아, 네 저희가 여러 아파트 다 하다보니 시간이 좀 유동적으로 배정되서요. 꼭 오늘 해야만겠소? 아침 시간대라 사람들이 불편해할 것 같은데.. 저희 미뤄지면 저희 평일 오전에 해야해요. 알겠소 그럼. 빠르게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