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연은 먼발치의 수호와 진을 보고 기시감이 들었다. 둘이 저렇게 함께 있는 모습을 어디서 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인경 역시 이런 말을 했다. 나 저기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아. 인경은 원래 그런 게 세상인 건지 자기가 사는 세상만큼은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꾸만 사람들이 익숙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모임이랍시고 간 곳에도, 전혀 새롭지 않은 공간에서도 신기하게 낯선 사람들이 점점 줄어갔다. 실제로 그들이 낯선 이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저기 보이지, 저기 남자애는 중학교 동창일걸.”
엥, 아, 그때 말한? 응, 여자 친구 같은 사람이랑 그릇 구경하는 사람. 세연은 남일이라는 듯이 말하는 인경이 참 한결같이 느껴져서 괜한 안심이 되었다. 남일이야? 너도 참 너다. 세연이 작은 소리로 웃으며 답했다.
“아니 근데, 저기 가구 파는 여자 진짜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웃긴 얘기 생각났다. 옛날에 내가 영화관에서 어떤 사람을 마주쳤는데 그 사람이 정말 정말 정말 낯이 익은 거야. 아는 사람처럼. 분명히 대화도 해본 것 같은 사이처럼 느껴졌거든. 영화 보는 내내 집중도 못 하고 그 사람 생각만 했는데, 나중에 집에 가는 길에 기억났어. 누구였는지. 누구였게?”
“누구였는데?”
“은행 직원.”
미쳤나 봐, 하며 세연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소리 내 웃었다. 세연이 옆에서 깔깔거리며 웃는데도 인경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혼자 말을 이었다. 저 여자도 뭐 그런 비슷한 걸까? 분명히 말을 해본 거 같아.
“그럴 수도? 신기한 건 나도 그렇다? 나는 남자랑 여자 둘 다 낯익어.”
낯이 익다고 말하면서도 딱히 기억해 낼 의지가 없어 보이는 세연이 진과 수호를 어디서 봤는지 알아챌 가능성은 요원해 보였다. 진과 수호를 알아볼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면 몰라도.
그나저나 이게 무슨 일이냐. 웬 이상한 사람이 난동을, 회장 그새 수척해진 거 봐라. 이거 계속 진행되는 거야? 그럴 거 같은데? 아까 관리 사무소 사람이랑 얘기하더라고.
세연과 인경이 이 행사의 지속 여부에 의문을 품는 사이 누군가가 다가와 물었다. 와, 이거 귀엽다. 여기 걸려 있는 건 파시는 거 맞죠? 의문이 사라지기에 충분한 물음이었다. 대화하던 세연과 인경이 물어 본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귀엽다며 말을 건 여자는 남자를 끌고 세연과 인경이 팔고 있는 옷을 만지작거렸다.
‘수척해진’ 회장 주영의 몸과 마음은 실시간으로 진이 빠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진공 포장지 속 생선이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공동주택의 문제들, 먼지다듬이야 건물 문제라고 치더라도 생활 소음에 대한 불만이나 엘리베이터가 자꾸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짜증이 난다느니 하는 것들은 조금의 배려라면 이해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플리마켓이라도 해서 서로 알아가면 얼굴 붉히는 일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목적의 행사에서 그놈의 소음 때문에 이 난리라니. 다행히 관리 사무소 소장이 주영을 대신해 괴한을 수습하고 다친 수호를 데려가 주었다. 주영은 플리마켓을 지킬 수 있게 되었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건 사실이었다. 이웃 간 잘 지내보자고 한 일에 이웃 간 분란이 생겨버렸으니 말이다.
“불법 전대하던 그 집일까요? 나가지 않았어요? 시끄러웠거든요, 그 집. 제가 옆집이었어서.”
행사 지원 부스로 들어온 사람이 주영에게 말을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