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잘 입지는 않지만, 한번 생각이 나면 꼭 찾아 입고 싶어지는 옷이 있다. 매일 옷 정리를 해서 엄마의 머릿속에는 훤히 제자리에 반짝거리는 듯 하지만, 나는 죽어도 못찾겠다. 잔소리를 듣기 싫어 더 물어보지 않고 찾기를 나서지만, 아직 못찾았냐며, 집에 관심 없다고 핍박하는 폭격이 쏟아진다. 앞으로 약 2분 이내 못찾으면 화를 낼 것 같은 압박감에 사로잡혀 옷들을 헤친다. 바닥 까지 손이 다다를 때쯤, 구석에 오래된 박스가 하나 손을 튕겨댔다.
"엄마, 찾았어"
옷을 끝내 찾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집중은 돌리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탐구해보고 싶은게 나와버렸다. 모서리는 헤졌지만, 단단하게 안의 물건을 지키고 있는 박스였다. 안에는 3권의 앨범이 들어있었다. 예전에도 한번 찾은 적이 있어 빠르게 훑어본 적이 있는, 낯설지 않은 감촉을 느꼈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먹먹해진다. 이전엔 나의 어린 모습, 가족의 옛날 모습들에 참 많이 나이 먹었다 생각이 들었었다. 이제는 나를 향한, 가족을 향한 엄마의 사랑과 헌신, 애정들이 보인다. 요즘과는 달리 쉽게 셔터를 누르지 않았던 옛 기록 장치들이 소중히 담아낸 모습들. 그래도 꽤나 생생하게 여러장 찍어 그날의 기억이 어렴풋이 나게 하는. 우리 가족이 이뤄온 시간들을 보게 된다.
이토록 숭고한 것이 없다. 꾹꾹 눌러 다시 박스를 포장한다. 옷장 깊숙한 곳에 조심히 묻고 옷들을 정리한다. 하나씩 옷들을 넣다가 오늘 입으려한 옷도 찾아버렸다.
"엄마, 찾았다"
하루종일 옷을 찾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엄마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오래도록 지켜내고 담아온 역사가 있어 오늘도 행복하게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