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고객님. 호출하셨을까요?”
승무원이 승객에게 물었다. 승무원이 호출을 받고 갔을 때, 고객의 표정엔 짜증이 잔뜩 서려 있었다. 호출한 남자 옆의 여자가 자신의 명찰을 보고 있다. 이름을 읽어내려는지 잠깐 또 오래 응시하던 여자가 금세 홱 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의식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승무원의 목소리가 친절했다.
“하아. 저기! 저쪽에 보이죠. 진짜 너무 시끄러워요. 창문 계속 치고. 계속 끅끅거리니까 조용히 좀 시키세요.”
승객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가리킨 쪽엔 웬 남자가 차창에 머리를 반복적으로 박고 있었다. 불안해 보였다. 무엇이 이 사람을 이토록 괴롭게 만들었을까…와 별개로 내가 할 일은 그걸 알아내는 게 아니다, 승무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대각선 방향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승무원이 그들을 지나치고, 창밖을 보던 여자는 생각했다. 참 유난이다. 딱히 시끄럽진 않은데.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는 사람의 모습이건만,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마음껏 힘들어할 여유조차 주지 못하는 게 세상이렸다. 창문에 비친 유리로 자기 옆의 사람을 몰래 흘겨봐 줬다. 대각선의 남자와 화가 난 옆 사람, 호출된 승무원의 응대 또는 대응, 일련의 과정을 눈으로 좇던 여자가 혼잣말을 입속에 담은 채로 웅얼거렸다. 구재하였던가. 칭찬합니다 써줘야지.
재하가 다가갔을 때 남자는 도저히 대답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말은 해야 했고, 남자 대신 옆자리 여자가 재하의 말에 반응했다. 남자에게 전해주려는 듯했다. 동행인가? 이런저런 생각이야 들었지만 승무원인 자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고객 응대, 민원 대응. 지금 상황에서는 거기까지가 자신의 일이었고, 재하는 하필 그 단어들의 생김새가 그 모양인 게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재하는 상황을 수습하고 서둘러 돌아갔다. 방송을 해야 한다.
… 산업안전보건법의 고객 응대 근로자 보호 조치가 시행되었습니다. 승무원에게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을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아 달라고 바란다라. 고맙습니다라. 말아주라, 바란다 같은 말을 언제 어떻게 썼었더라. 아마 이 맥락에서 고맙다는 건 들어줘서 고맙다는 거겠지. 자기가 읊은 말에 느껴지는 괜한 이질감이 있었다. 꺼끌꺼끌한 느낌이 입안에 가득해서 혓바닥으로 앞니를 꾹꾹 눌렀다. 응대, 대응. 대응, 응대. 그날 내내 재하는 응대와 대응만을 생각했다.
승무원이 다녀갔다. 수호는 옆 사람이 준 이어폰을 귀에 끼우고 들리지 않는 가사를 흘려보냈다. 마침 울리는 방송 소리에 덮이길 바라며 남아 있던 흐느낌을 수습했다. 내용이야 아무래도 좋았다. 잠깐만, 차오르는 숨을 골라내었다.
친구의 부고였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을 배웅하는 일은, 그리고 그 사람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를 알 정도로 친할 때는, 삼키던 눈물도 쏟아지듯 나오고야 마는 것이다.
수호가 차창에 기대 생각한 것은 한 사람이 살아갈 공간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게 세상이라는 것과 그 주어지지 않은 작은 공간마저 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었다. 월세가 뭐라고, 보증금이 뭐라고… 그래, 뭐가 되긴 해. 뭐가 아닌 건 아닌데 그래도, 그래도 버텨보지 그랬어. 섣불리 말할 수 없는 무책임한 말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어금니를 짓이기듯 깨물어 참아도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오는 울음이 원망스러웠다. 이곳이 기차라는 게. 자신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걔를 앞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이 모든 이유에도 소리 내어 울 수 없는 것이. 일단은 참아야 한다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