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떠난 집은 죽은 공간 같았다. 거미줄이 곳곳에 걸려 있었고, 먼지가 쌓여 묵은 냄새가 났다. 항상 싱그러움을 내뿜던 화분 속 식물들은 이제 노랗게 변색하여 시들해져 있었다.
“띠리-링”
휴대폰 알림이 울리며 조용한 공간을 깨웠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 기간 동안 각 가족이 함께 공유했던 중요한 순간과 추억들이 있습니다. 2년의 기간 동안, 잊힌 추억과 함께 모두의 마음속 그리워하던 공간을 찾아야 합니다. 각자의 기억 속 파편을 모아주세요."
갑작스러운 알람은 제이미를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다. 지난 여정을 바쁘게 거쳐오며 잠깐 잊혔던 집이 새로운 미션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추상적인 기억을 구체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가족이 꿈에 그리던 집에서 살 기회가 제공됩니다."
과거의 기억들이 서서히 떠오르며 제이미의 마음은 묘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가족의 웃음소리, 소파에 앉아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 그리고 주방에서 풍겨 나오던 음식 냄새가 마치 손에 닿을 듯 생생하게 떠올랐다. 제이미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었을까? 우리가 집만 오면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게 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제이미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보았다.
집은 각자 분주하게 살아온 흔적들로 가득했다. 동생 방은 여전히 경쟁의 치열함이 남아 있다. 책상 주변으로는 벽지가 찢어져 있고, 쌓인 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엄마의 방은 향초와 향수들로 가득했다. 라벨이 약간 바랜 향수병들은 그동안 흘러온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 보였다. 할머니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집에서 가장 정갈한 공간이다. 그 곳에 의자가 꼿꼿하게 서 있다. 아버지의 서재는 노란 책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제이미 님의 집이 가족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질 예정입니다. 곧 2년간 가족에게 필요한 진짜 집을 찾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가족에게 없으면 안 될 물건 6가지를 선택해 주세요. 선택된 물건은 집셋 창고에 안전하게 보관됩니다."
가족에게 없으면 안 될 물건을 선택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내가 여정을 떠날 때 그땐 참 물건 고르기가 쉬웠던 것 같은데. 딱히 없어져도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고민 끝에 제이미는 집셋 창고로 보낼 물건들을 선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