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셋은 내 역사를 리셋시켰다. 오래된 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거리, 성장 여정이 오롯이 담긴 방, 취향저격의 각종 소품. 사색에 빠지게 하는 무거운 대화들이 집, 생활, 하루 일과 속 사소한 사건들로 바뀌었다. 자신 있게 생각해 온 내 강점을 새롭게 증명해야 했다. "제이미는 사람이 따뜻함 그 자체잖아" "제이미는 나를 있는 그대로 지켜줘" "제이미 집은 뭔가 모르게 편안하다?"인지하지 못했던, 사회적인 시선에만 갇혀 있었던 내가 가진 본연의 느낌을 들을 수도 있었다. 혼자 방송을 꾸려가며, 다 잘할 줄 안다고 착각했었음을 깨닫기도 했다. 좋은 시스템 안에서 역량을 키우지 않아 쌓여간, 부족함들을 가감 없이 발견하기도 했다. 의지와 달리 외부에 의해 쉽게 변하는 상황을 겪으며 단단하게 지켜줄 울타리 같은 집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다.
다양한 가능성과 희망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종료를 결심한다는 것. 무한한 챌린지 순간들에는 분명한 성장이 따라온다.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Advanced Zip-Set에서도 물론 성장을 거듭하겠지. 다양한 점들을 이어 나가 현재의 스토리와 당위성을 만들어 온 삶은, 현재의 선택에 기대감을 넣었었다. 시작을 주저하지 않았던 삶을 되돌아보니 종료를 잘해왔던가? 에 대한 물음표가 쌓여갔다.
주체적으로 나아간다는 것. 새로운 기대는 나 자신을 잊고 주변에 맞춰가게 내몰았다. 이러한 삶을 반복해 오니 빠른 적응력이 강점이 되었지만, 타인의 선택과 세상의 변화에 맞춰 나가는 데 최적화 되어가고 있었다. 간편한 짐들만 지니고 유랑과 임기응변에 능한. 다양한 사람을 만나오며 대화 주제도 맞춤형으로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갔던 것이다. 그냥 나를 찾아오면 재밌게 할 수 있는 나만 가지고 있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원하는 때에 꺼낼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용기 있게 종료를 외친다. 내 마음에서 조용히 아우성치던 모호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꺼내 들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수많은 점을 이어 새로운 점으로 향해가는 추진력을 잘 마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어졌다.
"여정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오랫동안 생각만 해왔던, 집 짓기 프로젝트가 시작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