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 씨에게는 그간 사 모은 LP와 CD가 많았다. 턴테이블과 CD플레이어도 종류별로 있었다. 수호 씨는 음악을 사랑했고, 물화(物化)된 소리의 물성 또한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플리마켓에 LP와 CD들, 턴테이블과 CD플레이어가 물건으로 나왔다.
이것들을 팔겠다는 마음은 이에 대한 사랑을 줄이겠다는 다짐과도 같았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수호 씨가 음악에서 느끼는 건 현실이 아니라 낭만이었다. 그는 저 스스로의 낭만을 현실로 바꿀 능력도 없다고 여긴 데다가 낭만만으로 현실을 사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뭐라도 버려내야 했다. 음악을 버려내야 했다.
사실 노래야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요즘은 그런 세상이니까. 다만 상징적인 행위였을 따름이다. 지나간 연인과 주고받은 물건을 버리면서 추억을 정리하듯, 수호 씨는 정리하고 싶었다.
“와 LP 많네요. 얘네들도 다 작동되는 거예요?”
플리마켓을 기웃거리던 사람이 턴테이블을 가리키며 물었다. 수호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네, 확인까지 하고 왔는걸요.
“확인?”
그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았을까?
그치의 인상이 갑작스럽게 험악해졌다. 아래로 깔려 있던 눈동자가 위로 치솟았다. 치켜뜬 눈에는 적의가 서려 있었다. 특정할 수 없는 것을 특정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은 눈빛이었다.
“시끄럽게 하셨단 소리네? 그럼 그쪽인가?”
생략된 말들 사이를 이은 목소리 톤이 이질적이게 느껴질 정도로 높아졌다. 와 많네요, 읊조리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주영 씨가 달려온다. 맞은 편의 진 씨가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먼발치의 세영 씨가 어딘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저, 무슨 일이시죠… 주영 씨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치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씨발 네가 맨날 노래 틀던 새끼냐고. 날카로운 소리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아, 소리라는 게 소리만으로 낭만적인 건 아닌가 보네. 노래를 낭만으로 만드는 건 멜로디일까? 가사일까? 감정일까? 그치의 손발과 종이 한 장 간격만큼 가까워진 순간 수호 씨가 생각한 건 그런 것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