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의 60일이 끝나간다. 영원할 것 같던 시작이었다. 경험한 적 없는 사건이 다가오고, 낯선 장소에서 끝없이 걸었다. 잊고 있던 나를 마주하며 반갑기도 했다. 역시 도전하길 잘 했다며, 한 발 내딛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게 많다는 생각을 가득한 채 보냈다. 지나쳐 오던 작은 것들을 크게 생각하기도 하고, 잊고 있던 감각들을 되살렸던. 60일이라는 시간이 일년의 무게 같았다. 모든 마지막이 그렇듯 마지막을 향해갈 때면, 하루가 한 시간 같이 흐른다. 많은 도전들을 했지만 이런 때가 올 때마다 경험과 배움이 무엇이었는지 하나라도 더 찾고자 노력했다. 또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용서를 하고, 마음과는 다르게 정을 발휘하기도 했다. 섭섭함이 끊이지 않는 감정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향하는 기대감도 커졌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 선물 같은 순간이다.
60일 일정의 마지막 날,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오랜만에 보는 '집셋' 안내 페이지. 작은 설문 조사로 덴마크에서의 삶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주거 환경, 도시, 기후가 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어떤 집을 더 원하게 될 것인지, 잠깐 잊고 있던 내 방의 이미지도 나타났다.
길게 느껴졌던 덴마크에서의 일정을 수 많은 체크들로 마무리 하던 중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로 안내되었다.
"Advanced Zip-Set?"
한 단계 더 진화된 집셋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다음 집셋은 기간 부터 대폭 늘어났다. 180일 동안, 앞선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나에게 딱 맞는 집이 설정되어 진단다. 이상적인 집에 살게 되어도 그 삶이 더 행복할 수도, 힘들어 질 수도 있다고 한다. 여정을 종료하는 옵션도 있었다. Advanced 버전은 집이라는 환경 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 주 프로그램의 테마라고 한다.
고민이 이어졌다. 60일간의 집셋 기간동안 분명 느낀 것도, 앞으로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잡혀가기도 했지만 힘든 순간도 많았다. 따뜻한 집이, 가족들이 그리워 지기도 했다. 더 길어지는 일정들에 본래의 열정으로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막막해졌다.
"여정을 종료하시겠습니까? 혹은 새로운 집셋 여정을 떠나겠습니까?"
마침내 고민을 끝낸 제이미는 이동을 위해 차에 몸을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