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레이지의 모습과 방이 겹쳤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 조명을 켰다. 스트레칭을 했다. 영상을 따라 동작을 바꿀 때마다 몸이 뻐근하다. 상쾌하지 않은 적막한 공기가 계속 주위를 맴돈다. 정사각형의 모난 곳 없는 구조에 정갈하게 배치된 단조로운 짐들이 그녀를 낯설고 공허하게 했다. 곧 떠나야 하는 운명이 공간 전체에 작용하고 있는 걸까? 빈 곳에 물건이 채워지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신나게 물건을 채우고, 센치해질 때쯤 구석에 웅크려서 이것저것 채워져 있던 걸 들여다보는 제이미를 잊게 했다.
지금 제이미의 집은 다양한 특색을 지닌 끈끈한 마을 공동체 주민들 집들 사이에 놓여있다.제이미의 방은 일하는 공간이 온전히 조성되어 있다. 언제든지 일터에 접근 할수 있다. 꼬리를 무는 생각을 즐겼던 제이미는 센치해지는 것을 거부했다. 다음의 목표로 가득했던 제이미는 즐겁다가 이내 공허해지는 순간들로 하루가 채워진다. 문을 열면 모든 잡다한 생각이 잊어지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짧게 느껴졌던 30일이 느리게 지나간다. 바쁘게 지나갈 땐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던 거울 속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평소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몸 구석구석의 불편함에 예민해진다.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 속 고요한 마음이 제이미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주민들의 일상에 무리없이 함께하고, 대부분의 사건들에 연루되어 공감을 보냈다. 재밌는 동작이 툭 치면 나와 그들을 웃게 했다. 공허하고 단조로운 방에서 문제 없이 주민들과 어울리며 편안함을 느끼는 지금, 무채색의 방과 대비되는 평화로운 주변환경은 제이미를 더 단조롭고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편안해지는 것, 본연의 속도감에 맞춰 느린 일상을 살아가는 그런 모습이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라 믿었다. 나를 불안하게 하고 긴장되는 환경에서 벗어날 때 마주하는 내 모습을 기다렸다. 하루를 꽤 괜찮게 살아가는 것 같은, 내 모습 그대로에서 마주하는 환경과 일상에서 점점 지쳐갔다.
열정. 바보같이 열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야 더 성장한 나로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정적이게 살다보면 여유를 갖게 될 때가 올 것이고, 그 삶이 내가 지향해야 하는 성공한 사람의 삶이라 생각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호기심을 잃지 않고 알아내고자 노력했던. 멀던 가깝던 그 길에 기꺼이 오르고야 말았던. 다녀와서 흔적을 방에 풀어놓고 충전하다가 또 세상에 부딪히던.
무서울 정도로 열정적이던, 그래서 행복했던 제이미가 그리워졌다.
작가의 말
북적북적해서 정신없었던 내 방의 방식대로 살아가 보기로!
베스트 댓글
ㄴ서교동붙박이(ID)
뭔가 집에서 혼자 있으면 떠오르는 생각들, 감상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빈 곳에 물건 채워지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는 게 넘 공감입니다. 요즘의 집은 누군가에게는 계속 이동되어야 공간이라는 게 어쩐지 이 모든 생각의 기원인 듯...한 느낌.
ㄴ계양구 버스장(ID)
세세한 묘사가 인상깊은 이번 편이네요! 안정 속에서 열정을 찾고 싶었다는 말이 너무 좋습니다. 공동체와의 잔잔한 생활에 어떤 파랑이 불지 기대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