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 머물렀던 공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바빴던 나날 중에서 불편하다는 생각 한번 들지 않은 집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카메라와 마이크, 침대 위 노트북을 뽁뽁이로 먼저 포장했다. 편안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함이 가득했던 방에서 나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매 공간 떠날 때마다 남기던 인증샷을 남기지도 않았다. 새로운 환경의 집에서 추가된 물건들은 지나치게도 의식주를 위한 것이었다. 배고픔을 해결할 음식들, 싸늘한 날씨를 이겨낼 옷, 빨래 건조대, 그릇들... 신기했던 건 조명을 많이 보러 다녔다는 거? 집에 여러 용도의 조명이 생겼다는 거였다. 빨리 해가 지는 덴마크에선 조명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적막감을 이겨낼 수 있었다. 물론 방송을 위해서도 어두운 나라에서 밝은 조명은 필수였다!
방문을 닫고 어두컴컴하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와 현관에 도착했다.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원이 차에 단조로운 나의 짐을 싣는 걸 도와줬다. 살면서 이사를 많이 했었지만, 이번엔 유독 색다른 감정이 들었다. 마치 학교를 졸업하고 조금 더 성장해서 떠나는 느낌이었다. 센치해지는 나를 묵묵히 이 집이 보내주는 듯했다.
차는 익숙해진 집 주변 거리를 느리게 지나 빠르게 나의 생활권을 스쳐가기 시작했다. 그리운 마음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빠르게 변해갔다. 아침 일찍 준비하고 나왔다 생각했는데, 벌써 해가 지기 시작했다. 빨간 노을이 보랏빛으로 바뀌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뾰족하던 나무들이 둥글둥글해지더니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리프레시되는 공기가 나를 편안하게 했다. 낮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시내에서 꽤 떨어져 한적해진 마을에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집들... 비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집들에서 따뜻한 조명이 흘러나왔다.
신기했던 건 꽤 빠르게 많은 집을 스쳐 지나왔는데, 모두 별 모양의 조명이 집마다 달려있었다. 별 모양의 조명 아래엔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촛대가 창문마다 서 있었다. 각기 다른 집들에 달려진 같은 조명과 촛대들은 외부인인 나에게도 단결된 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빠르게 달리던 차는 서서히 속도를 늦추더니 크고 높은 현관문이 있는 집 앞에 나를 내려줬다. 나는 두손에 다 들리는 짐을 가지고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Hej”
입구에 내리자 알렉이 말해준 인상착의를 한 소년이 다가왔다. 현관문을 넘으니 정원과 집들이 불규칙적으로 펼쳐져 있었다. 미로를 탐험하는 듯 여러 정원과 맞물려 있는 집들을 지나 내가 한 달간 머물 방에 도착했다. 여러 집을 지나쳐 오는 동안에도 집마다 달린 별 조명과 촛대를 만날 수 있었다. 혼자의 삶에 집중하던 내 일상에 새로운 공동체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말
새해를 맞아 제이미가 선곡한 오늘의 첫 곡 들려드릴게요
Coldplay의 Everglow 입니다!
베스트 댓글
ㄴ서교동붙박이(ID)
오홍 이곳의 날씨는 싸늘하다는데 글은 따뜻한 느낌이… 조명들 때문인가 후후 조명들 보고싶어요!
ㄴ계양구 버스장(ID)
언제나 새로운 여정은 설레임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한 달 살이를 시작한 제이미의 일상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