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 안녕 나는 알렉이고, 뉴욕에서 넘어왔어. 너에 대해서 말해봐. 어디에 살고 있고, 뭘 하고 있고, 어디에 가봤고 뭐든 좋아. 소개 좀 해줘.
(제이미) 나는 제이미. 라디오 DJ야. 서울에서 살다가 덴마크로 오게 됐어. 하루 대부분 도시 풍경을 찍으러 다녀.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도 하나 열었어.
(알렉) 오 멋지다. 덴마크는 살만해?
(제이미) 음식도 맛있고, 풍경도 멋지고, 새로운 사람들이랑 소통하는 것도 꽤 재밌어.
(알렉) 자유로워 보이고 재밌게 사는 것 같네. 나도 이 도시가 좋아서 생각보다 오래 살고 있어. 좋았던 곳 추천 좀 해줘.
(제이미) 집 앞에 기차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바다랑 맞닿아 있는 박물관이 있어. 오래된 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보는 재미도 있고 그 집 앞 잔디에 누워서 하늘을 보면 짱이야 게임 끝. 맞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전통시장 있어. 길에 꽃이랑 과일이 펼쳐져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돼. 평소에 밴드음악을 즐겨 듣거든?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노래 LP판으로 큐레이션 한 곳이 있는데, 책도 있어서 무료할 때 시간 보내기 좋아. 거기 커피도 맛있어.
(알렉) 오 그래? 가봐야겠다.
(제이미) 부럽다. 난 곧 떠나야 해서. 지금 있는 곳이 나쁘진 않은데, 여기만 있으면 좀 아쉬운 느낌? 딱 30일 정도 더 있을 건데 있는 동안 후회 없을 만한 그런 집 없을까?
(알렉) 여기 있는 동안 뭘 더하고 싶은데?
(제이미) 이것저것 하루가 바쁘게, 후회 없이,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있는데 마음이 채워지지 않네. 성취는 있거든? 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고 있어. 분명 행복하고 걱정 없는 하루 들인데 허무하고 공허할 때가 많은 것 같아. 무작정 사는 곳부터 바꿔보고 싶더라. 한번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게 그렇게 크게 나한테 작용할지는 모르겠는데 말이지.
(알렉) 보통 걱정 한가득 찾아온 사람들만 보다가 모든 게 편안한 사람이 대뜸 찾아온 게 신기하다. 욕심도 딱히 없어 보이고, 혼자서도 잘 노는 것으로 보이는데. 라디오 DJ라고 했지?
(제이미) 응.
(알렉) 그럼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하겠네. 외로운 건 아닌 것 같고...
(제이미) 사람들이랑 이야기? 흠. 보통 사연을 읽어주고 내 이야기를 주로 많이 들려주지. 아니, 방송하다 보니까 뻔한 공감만 남아있는 것 같아서 좀 영혼 없게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 그래서 요샌 참신한 걸 찾고 소개해 주는 거에 좀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아. 남들 안 가본 곳, 안 해봤을 경험 전해주면 다른 채널들 이긴 것 같은 느낌?
(알렉) 구독자 좀 늘었어?
(제이미) 좀 그렇긴 하지? 덴마크라 하면 일단 평화롭고 행복하잖아? 예쁜 것도 많고. 반응도 재밌더라고. 다들 필요한 정보를 얻고 가는 것 같아. 옛날엔 시답잖은 주제로 이야기 쭉 했는데 요샌 빨리빨리 요점만 딱 전해주게 되더라.
(알렉) 여기서도 나름 바빴겠다.
(제이미) 나 근데 구독자랑 친한 게 특징이었거든? 요새 삶이 다들 바쁜가 봐. 어제 게시판 새로고침 계속했잖아. 사연이 업데이트가 안 돼서. 정보 요약 방은 조회수 좀 높다? 그래서 어제 방송 땐 푸념 좀 했어. 오고 가는 마음들에 매력을 느꼈던 직업인데, 이대로가 맞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구독자 꾸준히 느는 건 포기가 안 될 것 같고...
(알렉) 네가 하고 싶은 게 좋은 거 소개해 주는 거야? 아니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찾고 싶어?
(제이미) 나는 사람들에게 지금 필요한 걸 충족시켜 주고 싶어.
(알렉) 너는 지금 뭐가 필요한데?
(제이미) 음. 지금 잘하고 있다. 그런 평가나 위로 같은 거? 사연함에 남겨진 응원 한 줄에 하루 살아갈 힘도 났는데 요샌 도통 없다. 내 방식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지기도 해.
(알렉) 잘하고 있어. 너 진짜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너니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잖아. 그런데 듣다 보니까, 사람들이 너한테 위로받았을 때 좋았었나 봐. 사연을 쓴다는 게 그렇잖아. 내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데, 그게 아무한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거든?
(제이미) 나는 계속 마음이 쫒기니까. 채널을 좀 더 키우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더 좋은 위로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