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디의 디제잉 라이프’내 이름을 단 프로그램이 나올 거라 상상도 못 했다. 그저 좋아서 뛰어들었고, 운 좋게도 12년째 라디오 DJ 타이틀을 달고 있다. 세상 이야기를 듣고, 내가 보는 세상을 전달한다. 그것이 일상이 되었다.
루틴을 벗어나지 않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디오 DJ가 될 수 있었던 나는, 세상에 호기심 가득해 예측 불가능한 행동들을 즐겼다. 그런 내가 사랑받았고, 남다른 에너지로 사람들에게 활력을 전해줄 수 있었다. 사명감이 커졌다. 매일 같은 일상을 지켜내야 했다. 같은 온도여야 했다. 그렇게 더 활기찬 하루들을 만들지 않게 되었다. 같은 체력을 내일도 보여줄 수 있는 내가 되어갔다.
아직도 출근길은 긴장된다. 그래서 주변 풍경을 눈에 담기보단 정 작가가 보낸 대본에 시선을 고정한다. 스튜디오에 도착할 즘이면 진동이 온다. 성 피디겠지. 30분 전에 꼭 나랑 커피타임을 가져야 방송이 잘된다나. 같이 카페인 충전을 했다가 생방송 때 목이 빠르게 갈라지는 걸 몇 번 경험했다. 지겹도록 같은데 쌓이면 먼 훗날 그리워질 듯한 내 일상이다.
에너지를 다 빼고 들어오면 시체처럼 누워있는 내 모습도 기특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그럴 자격 있다고. 얼마 못 가 찌뿌둥하게 펑퍼짐해지는 엉덩이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 영감을 주는 취미를 찾아다녔다. 짧은 보폭 빠른 내딛음을 반복하며 살짝 지방이 타는 듯한 느낌이 오는 자극이 만족스러워질 때쯤 맛집이 보였다. 이게 주말이지. 합리화와 자기반성이 공존하는 주말은 매번 빠르게 나를 평일로 내몰았고, 조금씩 부지런한 일상을 만들어 갔다.
그래도 라디오DJ 라는 직업 덕분에 알게 되는 핫플이 많아졌다. 요즘은 팝업 공간이 대세란다. "제이디~ 성수에 공항로 273번지 팝업 장난 아니라던데 당연히 가보셨겠죠?”뜨끔했다. 주말에 갔다 와서 얼리어답터 디제잉 해볼까 했는데 대실패다. "거기 이젠 진짜 가봐야 할 것 같아~ 갔다 와서 후기 해볼게요 여러분!”
갔다 와서 뻔하게 좋았다는 말만 나오면 재미없을 텐데. 조금 색다른 특색을 찾아내겠다는 다짐 가득한 내 모습이 어이없게 가여웠다. 브랜드들이 경쟁하듯 팝업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험난한 시장에서, 계속해서 핫한 스토리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휴대전화로 일단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눌러대며 복도를 무심히 지나 들어왔다.
공항로 273번지는 인천국제공항의 팝업 공간이었다. 작가는 비행기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기 직전의, 공항의 고요하지만, 사람들을 무력하게 유영하게 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고. 음~그럴싸했다. 오케이 인정. 게이트마다 특색이 가득한 방들이 이어졌다. 235번 게이트가 눈길을 끈다. 방은 온통 E 티켓의 QR 코드로 가득 차 있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하나의 큐알에 카메라를 가져갔다.
“당신의 집을 리셋하시겠습니까?!”
“결정과 동시에 집셋 버튼을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