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무기력했습니다.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침대를 벗어나 씻으러 가기만 해도 그날은 성공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침대 속에서 핸드폰으로 많은 걸 했습니다. 게임도 해보고 노래도 듣고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유튜브를 온종일 틀어놓기도 하였습니다. 앱스토어 랭킹에 있는 아무 앱을 다운받아보기도 하고 그걸 사용해보기도 했어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왔다 갔다가 하거나 디스코드나 트위치를 들락날락하고 온갖 카테고리의 쇼핑몰을 들락날락하기를 반복했습니다.아마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하다 하다 ‘설정’에 들어가 거기 있는 모든 걸 다 눌러보는 놀이를 하느라 공장 초기화를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제가 눈치챈 건, 초기화한 이후에야 상태가 좀 좋아졌다는 거예요. 설마 뉴런이 핸드폰과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안 웃겼죠? 미안해요. 어쨌든 ‘초기화’는 중요했습니다. 정신 사납게 움직였던 핸드폰이 잠잠해지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필요했던 거예요. 내 방도 초기화가 필요했어요. 침대에 있는 동안 그 밖은 한참을 돌보지 않았어요. 어떤 것도 신경 쓸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거든요.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어질러진 주변을 어지럽게 두는 게 맞는 거라고, 그게 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것 모양입니다.
쓰러져 있는 물건들에게 제 자리를 찾아주었어요. 버렸지만 버려지지 않은 것들을 정말 버려주었어요. 더 이상 쓸모없어진 것들도 버렸어요. 바닥을 쓸어요. 가구 위의 먼지를 닦아내요. 바닥을 닦아요. 빨래를 돌리고 냉장고를 치웠어요. 싱크대도 치우고 화장실도 치우고 곰팡이도 없애고, 거실도 치웠어요. 창문과 창틀을 닦아요.
핸드폰은 버튼 하나면 가능했는데 말이죠. 정말이지, 여태 움직이지 않은 정도만큼 움직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였을 거예요. 초기화를 하고 싶었던 건.
나 초기화는, 핸드폰보다 집보다 더 오래 걸리겠죠. 평생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론 그럴 때마다 대신 할 수 있는 걸 하게 될 겁니다. 예를 들면 있죠, 청소 같은 거요. 쓸고 닦는 그런 거요. 핸드폰 초기화만큼 쉽고 빠르고 완벽하진 않겠지만 하고 있다는 느낌도 실체도 있는 것 말이에요.
전 그런 게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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