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제 이름은 유자가 되었습니다. 참 촌스럽고 멋없는 이름이지 않나요? 저는 제 이름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야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의 제가 부모님에게 유자는 싫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심지어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언니마저도 그 이름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본인 이름은 멀쩡하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겠죠. 그나저나 제 이름이 독특해서 일부로 집에 오신 것은 아니겠죠? 아, 저의 일상을 취재하고 싶으시다고요? 제 일상은 왜 궁금해 하시는 거죠? …설명해주실 수 없으시다니 더 수상하군요. 하지만 저는 착하니까 수상한 당신의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드리겠습니다. 아, 대신 업로드 전에 정확한 정보만 기재했는지 검사할 거에요. 감사 인사는 됐습니다.
그럼 제 소개부터 시작해 볼까요? 저는 올해 7살이지만 홈스쿨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유치원에 가지 않습니다. 집에만 있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요? 글쎄요, 저는 이 생활이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아 새벽에 공부가 잘 된다고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다 새벽 4시에 들어오는 언니만 제외하면요. 언니는 올해로 22살인데 휴학을 해서 저와 같이 집에 있어요. 그래서 요즘 저랑 자주 있는 편이죠. 그런데 언니의 생활패턴은 정말 최악이라 새벽 5시에 자고 오후 2시쯤 느즈막히 일어나곤 해요. 저녁 10시에 자서 아침 8시에 일어나는 저와는 정말 상극이죠. 그래서 언니가 4시쯤 집에 들어오면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깨곤 합니다. 저는 잠귀가 밝아서 언니가 늦게 들어올 때마다 깨어버려요. 그 때문에 요즘 낮잠이 늘었습니다. 하여간, 저희 집의 가장 큰 문제는 언니에요. 네? 언니가 걱정돼서 잠에 못드는 것이 아니냐고요? …아니에요! 하여튼 간 언니 때문에 대체 어떤 오해를 받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언니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 저는 요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가는 엄마를 배웅합니다. 저희 집 현관에 있는 간식 때문은 절대 아니에요. 참, 제가 말하는 것을 깜빡했는데 저희 집에는 동생도 있거든요. 남동생인데 정말 얼마나 성가신 지 몰라요.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거든요. 여튼 엄마와 동생은 아침마다 산책을 나가서 집 앞 공원을 한 바퀴 돕니다. 그리고 30분 정도 있으면 돌아와서 아침밥을 차려주시죠. 엄마는 항상 아침으로 스팸을 구워주십니다. 고소한 햄 냄새를 맡다보면 잠이 절로 깨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아침을 다 먹으면 저는 호시탐탐 동생의 햄을 노립니다. 동생은 먹는 속도가 느려서 저보다 식사 시간이 길거든요. 그런데 엄마는 동생꺼 뺏어먹다가 살찐다고 저를 혼내요. 쳇. 아 언니는 같이 밥 안 먹나고요? 당연하죠. 그 잠만보가 그 시간에 일어날 일이 없습니다.
밥을 먹고 난 후에는 엄마와 함께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합니다. 동생도 같이요. 하지만 엄마는 항상 재미없는 드라마만 봐요. 그래서 저는 엄마한테 딱 달라붙어 있다가 심심해지면 언니 침대로 가서 함께 낮잠을 잡니다. 언니가 자고 있을 때 제가 침대에 올라가는 것 뿐이지만요. 네? 제가 언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요? 그럴리가요. 그냥 언니 침대가 햇빛이 잘 들어서 잠이 잘 와서 거기서 자는 것 뿐이에요! 아무튼 그렇게 한창 낮잠을 자다보면 어느새 언니가 일어나서 제 몸을 막 만져요. 귀엽다고 만지는데 그 손길이 변태같아서 너무 싫어요. 제가 만질 때마다 싫다고 소리치는데도 언니는 항상 무시하고 저를 만진답니다. 참 말 안 듣는 언니에요. 하지만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는 기분이 좋아서 잠자코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언니에게 만짐 당하는 게 싫어서 언니가 일어나면 다시 엄마에게로 돌아갑니다. 동생과 함께 앉아있는게 불만이긴 하지만 동생은 저를 무서워해서 웬만하면 가만히 있어요.
그러면 얼마 후에 엄마가 저와 동생을 데리고 공원에 가줘요. 그곳에서는 주로 공놀이를 하곤 합니다. 배드민턴을 할 때도 있고 원반 던지기를 할 때도 있죠. 공놀이 중간에 동생이 흥분해서 제 원반을 뺏어가는 것 빼고는 만족스러운 운동 시간이에요. 한 두시간 정도 놀다 집에 들어오면 아주 녹초가 되어 버린다니까요. 그러면 다시 소파에서 뒹굴거리다가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 때는 맛있는 밥을 먹어요. 그렇게 배를 채우면 언니는 집에서 나갈 준비를 합니다. 항상 언니 얼굴은 잠 자는 얼굴밖에 못 보는 것 같다니까요. 하여간 온갖 신경 다 쓰이게 하는 언니입니다. 그래도 나가기 전에 간식을 주고 가서 그 점은 좋습니다.
언니가 나가면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옵니다. 아빠는 평소에는 무뚝뚝하지만 가끔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면 간식도 주고 놀아줘서 좋아요. 그리고 아빠의 품은 포근해서 잠도 잘 와요. 가끔 장난을 심하게 치면 야단을 치시긴 하지만요. 오늘도 언니가 나가니 아빠가 들어오셨습니다. 아빠가 들어오면 저녁을 드시고 야구를 시청해요. 오늘은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나봐요. 아빠의 표정이 심드렁하네요. 이렇게 야구가 끝날 때 즈음 저는 잠에 듭니다. 이렇게 제 하루 일과는 끝이에요. 정말 간단하죠? 아무것도 없어 재미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제 말을 안 들은 것은 기자님이니까 기자님 잘못이에요! …이게 괜찮다고요? 그럴리가 없는데….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 동생 이름을 못 들었다고요?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