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하다, 괴이해. ‘나는 솔로’를 봤다고? 언제? 내가?
며칠 전부터 심상치 않다. 넷플릭스가 이상하다. 아니, ‘넷플릭스’가 이상한 게 맞긴 한 걸까? 그걸 모른다는 것 자체부터가 이상한 지점이다.
“최신비, 최신식 빨리 와서 밥 먹어라."
“아빠. 나무꾼 이거 아빠가 쓰는 프로필 맞지?”
“왜?”
“다른 걸로 안 보지?”
“그거 바꿀 수 있는 거냐?”
“엄마. 넷플릭스 봐?”
“너희 보는 텔레비전 같은 거? 그거 볼 줄 몰라.”
“야 네가 내 프로필로 넷플 봐? 이걸로.”
“보겠냐?”
아빠 아이디 하나로 가족과 넷플릭스를 같이 쓴다. 우리 집 사람들 수만큼, 네 개의 프로필. 엄마는 소망, 아빠는 나무꾼, 내껀 newnew, 동생은 자기 이름. 최신식. 각자의 프로필로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건 우리 가족만의 룰이 아니라 넷플릭스와 관계하는 현대인의 암묵적 룰일 것이다.
이 암묵적 룰을 파괴하는 불미스러운 기운을 느낀 게 이틀 전이었다. 집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 지하철에서 시켜놓은 치킨 박스를 열고 냉장고에 박혀 있던 맥주를 신나게 뜯은 찰나였다. 언제나 그 자리에, 변치 않고 내 곁을 지켜줄 것 같았던 나의 밥친구,‘newnew님이 시청 중인 콘텐츠’에서 이상 기운이 감지된 것이다.
본적도 없는 콘텐츠로 차 있었다. 결코 내가 한 짓이 아니다. 내가 시청 중인 콘텐츠라매. '나의 문어 선생님' 어디 갔냐고 돌려달라고.
평화로울 것도 없을 만치 아무런 일상에 가해진 예측하지 못한 균열이었다. 나는 집요해지기 시작했다. 전체 시청 기록도 보고 재생 위치도 봤지만, 알 수 있는 게 딱히 없었다. 재생 기기들도 특별해 보이는 게 없었고, 사용된 지역도 맞아떨어졌다.
그리하여 이틀간 집요하게 물어댄 것이다. 엄마야? 아빠야? 최신식 네놈이야? 시청목록의 혼잡보다 더 큰 문제는 잠재적 용의자들 모두가 아니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럼 누구란 말인가? 정말 해킹이라도 당한 거라고? 갑자기 스미는 섬뜩함에 집안을 괜히 두리번거렸다. 어우 최신비 정신 차려. 당장 비밀번호를 바꿨다.
내가 넷플 비번 바꿈. 아빠한테 알려드려.
근데 너 진짜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너밖에 없는데. 엄마랑 아빠는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 너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