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 건물 외관이 특히 계속 제 마음에 와닿아서요…!”
차는 다시 세 번째 집이 있는 마포대로로 향했다.
유리 마감으로 화려한 빌딩 사이, 높이는 조금 낮지만 아이보리색의 투박한 콘크리트 옷을 입고 꼿꼿이 서 있는 세 번째 집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조금 오래돼 보였지만 새 빌딩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히 대로변에 있는 게 나로 하여금 알 수 없는 웅장함을 느끼게 했다. 로비는 다시 찾아온 나를 감싸듯 따뜻한 조명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처음 들렀을 때와 다르게 나와 공인중개사는 세 번째 집에 살고있는 세입자를 만날 수 있었다.
“편하게 둘러보세요~!”
서울에 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다양한 장면들이 나를 스쳐 갔다. 바쁘게 길을 걷는 사람들, 가게마다 비좁게 들어선 줄, 어딘가 차갑고 여유 없는 모습들이 나에게 이질감만 가득하게 남기던 중이었다. 세입자는 낯선 곳에서 어색하게 쭈뼛거리던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 처음의 인상은 그저 깔끔하게 잘 꾸며진 집이었을 뿐인데, 세입자의 수수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더해진 세 번째 집은 더 아늑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쉬셔야 하는데 죄송해요.. 계속 아른거려서 한 번 더 보고 싶었어요”
“아니에요~꼼꼼하게 보셔야죠. 궁금한 거 있으시면 뭐든 물어보세요!”
구축이지만 옆집 소리 한번 들린 적 없었고, 지금까지 살던 분들이 꼼꼼히 관리해준 덕에 고장 난 곳 없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세입자의 집 소개를 들었다. 세입자는 이제 결혼을 앞두고 더 큰 가정을 꾸리기 위해 나갈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전했다.
더욱더 이 집에 살고 싶어졌다.
지금의 세입자처럼 서울에서 살아가고 싶어졌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계약금을 입금했다.
“잘 선택했어요. 계약할 때마다 느끼지만 집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사람을 닮아가는 것 같고, 사람도 자기랑 닮은 집을 잘 찾아가는 것 같은 게…”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되어 막연하게 새 집을 찾아 떠난 여정 속에서 나는, 집이 아닌 나를 계속 마주하는 듯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이 아닌 내가 살아가고 싶은 나를 상상하게 했다.
나의 새로운 집은 나의 어떤 본성을 담아낼까?
물론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되겠지만, 그 속에서도 오랜 기간 준비하고 다져온 내 모습 그 자체로 끈기 있게 버텨냈으면 좋겠다. 끝없는 경쟁에서도 남들이 편하게 기댈 수 있는 따뜻함을 유지하면 좋겠다.
'우리 무너지지만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