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했다. 참 치열하고 뜨거웠다. 오래도록 빛이 보이다 어두컴컴 해지는 걸 반복하는 동굴을 걸으며 지쳐가던 무렵, 동굴은 갑자기 허무하고도 벅차오르게 환해져 버렸다. 근무 예정지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라는 인사 담당자의 메일을 받았다. 고향 김해의 어느 산자락 끝에 살고있는 나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이 세 단어가 각각 낯설고 아득하게 다가왔다.
부모님과 친구들은 축하인사 보다도 내가 살게 될 집에 더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얼른 올라가서 집부터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되려 겁을 주는 친구도 있었다.
“회사랑 가까이 구하게? 너 올라가서 집값 보면 깜짝 놀랄 수 있어”
집부터 해결하고 오자 마음을 먹은 나는 합격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행 기차를 탔다.
서울은 올 때마다 참 낯선 곳이었다. 시내 한 블록의 크기가 길을 걷는 나를 계속 의심하게 만든다. 이곳이 편해지는 날이 올까? 생각하며 걷던 중 미리 연락을 넣어놓았던 공인중개사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 아까 전화드렸었는데요….”
“네! 들어오세요. 지금은 어디 살고 계신 거예요?”
“김해인데... 서울은 처음이라 어디가 좋을지 모르겠어요!”
공인중개사는 대책 없이 올라온 나를 신기하고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럼 일단 제 차 타고 좀 둘러보고 와요. 꼭 맞는 집이 어딜지 저도 궁금하네요.”
공인중개사의 차는 오래된 친구의 편안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유독 따뜻한 날이어서 그런지 마음속이 어느 때보다도 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함께 차를 타고 가며 공인중개사는 나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김해는 어떤 점이 제일 좋았나요?”
“자연이 항상 가까이 있었어요. 숨 쉬고 싶어지는 공기가 절 항상 힐링 되게 했어요.”
“그럼 이젠 서울에 와서 어떤 일을 하게 된 거예요?!”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야근이 많을까 봐 걱정이에요. 그래도 지금은 너무 설레네요”
우리는 집을 구경하고, 차에 타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새로운 고객을 향한 그의 질문은 마치 내가 몰랐던 나에게 질문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 깊은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 즐거웠던 순간들을 나누며 서울 집 찾기 여정이 끝나갈 때쯤이었다.
“앞으로 목표는 뭐에요? 계속 서울에 살 예정인가요?”
“글쎄요... 서울은 참 매력적인 곳이지만, 제가 좋아한 것들과 함께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고 싶어요”
그때 문득 내 마음속 하나의 집이 선명한 빛을 내며 들어왔다.
“저 아까 세 번째로 봤던 집 다시 한번 가볼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그런데 왜 하필 세 번째 집인가요?”
“<___________> 부분이 특히 계속 제 마음에 와닿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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