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지켜오고 있는 모임이 있다.
가까이 있지만 각자 역할에 충실하느라 자주 만나진 못했던, 그래도 창 너머 어떻게 지내는지는 보고 듣고 알 수 있는 멤버들이 모임에 함께해오고 있다.
참 신기했던 게, 각자 다른 사연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같은 동네에 살면서 취향도, 생김새도 비슷해진 것인지... 비슷한 모습으로 엉겨 고유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 동네는 멤버가 자주 바뀌지 않는 동네이다. 멤버마다 성격이 참 다양한데,
무던한, 깔끔한, 연륜 있는, 호들갑스러운 등 다양한 별칭을 지닌 멤버들이 모여있다.
나는 양면성을 담당하고 있다. 항상 뜨겁거나 차갑거나 둘 중 하나를 반복하는 편이라 중간이 잘 유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특히나 태어날 때부터 돈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신경 써서 챙겨받지 못했고, 결국 잦은 잔병치레로 다른 멤버들 보다 약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나를 거쳐 갔던 사람들에게 항상 온전하지 못해 미안했었다.
언젠간 보답할 날이 올 수 있겠지 하며, 어떤 순간엔 유용하기도 하겠지 하며,
세월이 흐르면 돈도 벌어다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돈이 더 나간다.
세상이 살기 더 힘들어졌다.
요즘 들어 더울 땐 너무 덥고 추울 땐 너무 춥다.
온전하지 않은 세상 때문에 기후가 변하는 게 무섭다.
태어날 때부터 잘 태어났어야 했나? 건강했으면 뭐가 좀 달랐을까?
이번 생은 실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