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는 산장이었다. 아직 꺼지지 않은 끈질긴 생명력을 끌어내렸다. 등에 붙는 따뜻한 온기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진 않았다. 산장 어느 방에 덩그러니 놓인 침대에 생명을 올려놓았다. 무방비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의 손에 꺼질 것처럼.
“수고했어요. 그럼 이제, 이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산장 앞을 지켜주세요.”
“이런 으슥한 밤에 누가 여길 온답니까.”
“그렇게 안일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사람 일이니까요.”
성화가 머뭇거리다 마지못해 방을 나갔다. 곧 현관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리며, 창밖으로 담배 연기가 이지러졌다. 그리고 지영은 눈을 떴다.
“…….”
“기분이 어때.”
“잘 모르겠어요.”
지영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난희는 그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고모는 정체가 뭐예요?‘
"뭐 같은데?“
”모르겠어요. 알고 보니 서난희가 아니라 이난희인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 같아.“
”네가 원한다면 이난희가 될 수 있지. 김난희가 될 수 있고, 박난희도 될 수 있어. 성은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이름이니까.“
”고모는 정말… 모든 말을 어렵게 하는 재능이 있네요. 그럼 이난희가 좋겠어요. 이난희가 서난희보다 발음하기 쉽거든요.“
”그럼 그렇게 하자.“
난희가 지영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가족이 그리울 때가 있었어.“
”그런데 왜 돌아오지 않았어요?“
”무서웠거든. 내 삶에 가족들까지 연루될까 봐.“
”그런데 결국 나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네요. 축하해요. 이제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겠어요. 나는 늙고 초라한 몸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고모는 젊고 탱탱한 제 몸으로 제2의 삶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잖아요.“
”후회하니?“
”아니요. 고작 2년인걸요. 사실 믿기지 않아요. 내가 귀신을 본다는 것도,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내 인생이 고모처럼 시궁창에 박힐 수 있다는 것도. 평온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그렇겠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이 미신을 믿는 이유일 거야. 이유 없는 불행에 이유를 붙여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리고 과학이 발전한 지금도, 미신은 성행하고 있고, 세상은 여전히 미신으로 돌아가고 있지. 곧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거야. 그렇지만, 실제라고 믿어. 믿음은 미신을 강화하는 최고의 도구니까.“
동시에 두 사람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