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또 한 건 했다고. 가족들에게 유난을 떨며 날짜를 정했다. 어렵게 멀리서 일하는 아빠의 일정까지 잡힌 순간 우리는 본격적으로 촬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새로 옷도 사고. 오랜만에 머리도 다듬고. 설렘이 가득했기에 의심하지 않고 다가오는 촬영 날만 기다렸다.
사진관에서 처음 찍는 가족사진이다. 우리 가족은 익숙한 루트만을 몇십 년째 해오는 사람들이다. 주말에 밥은 어디서 먹을지, 몸이 찌뿌둥해지는 시간쯤에는 어딜 나갔다 올지. 그런 게 어느 정도 정해있다. 다섯명이 다 새로운 길에서 우물쭈물 "여기가 맞나?" "주차는 어디에 하냐"며 머뭇거렸다. 사진관 입구는 조마조마하게도 썰렁하고 으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들 어색해하고 조금은 두려워하는 사이에, 나는 억지스럽게 생기를 불어 넣으며 광활한 사진관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정작 중요한 포즈나 구도는 생각하지 않은 채, 각자의 매무새만 조금 고치고 촬영장에 들어갔다. 사진사는 능숙하게 우리에게 여러 컨셉을 제안했다. 뚝딱거리던 서로가 웃겨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지더니, 그만 명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모두가 그 한장의 명장면에 매료되었다. 다른 사진들을 흐뭇하게 가볍게 넘겨버리며 다가온 명장면을 뚫어저라 기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멋진 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다니... 이 사진이 이제 우리 집에 곧 걸릴 거라는 생각에 다들 나의 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사진사가 우리 가족 명장면의 인쇄 예상 사이즈를 가지고 나왔다. 우리 집 전화기보다 작다. 당황한 나는 스튜디오에 걸려있는 수많은 가족사진들, 거대한 액자들을 가리키며 "이 사이즈로는요? 불가능한가요?" 하고 울먹였다.
"고객님~ 이런 사이즈는 기본 백만원은 다 넘어가요. 저희가 무료 이벤트로 한 사진은 기본 크기라서요~ 추가 금액 지불하시면 제가 저 크기로 인쇄 도와드릴게요."
가족들 앞에서, 현장에서 사기당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도 드문 경험이다. 다들 난처해하면서도 나를 보고 요상하게 웃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더라. 아빠가 깎고 깎아 95만원만 추가된 가족사진을 기분 좋게 결제하는 게 싫었다.
아무것도 모를 때, 대담하게 가족의 역사를 남기러 간 그 순간 탄생한 우리의 명장면이,
오랜 세월 지나도 변함없이 웃게 하는 가족의 보물로 남았다.